연봉 협상 앞두고 기준 잡는 방법

얼마 전 친구가 이직 제안을 받았는데, 연봉이 300만 원 오른다는 말에 바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했다. 그런데 식대와 성과급을 따로 놓고 보니 생각보다 차이가 작았다. 연봉은 숫자 하나로 보이지만, 실제로 비교할 때는 그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봐야 한다.
지금 받는 연봉을 같은 기준으로 적기
협상 전에 현재 보상을 한 장에 적어두면 좋다. 근로계약서에 적힌 기본 연봉, 매달 고정으로 받는 수당, 최근 1년간 받은 성과급을 구분한다. 회사가 매년 지급을 보장하지 않는 돈이라면 고정 연봉에 더하지 않는 편이 정확하다. 복지포인트처럼 현금으로 받지 않는 혜택도 별도 칸에 두면 비교하기 쉽다.
예를 들어 기본 연봉이 4,200만 원이고 지난해 성과급이 300만 원이었다면, 확실하게 받는 금액은 4,200만 원이다. 4,500만 원은 지난해 실제로 받은 총액이다. 이직할 회사가 기본 연봉 4,400만 원을 제시했다면 현재 기본 연봉보다 200만 원 높지만, 지난해 총액과 비교하면 100만 원 낮다. 어느 숫자를 기준으로 말하는지에 따라 제안이 다르게 들리는 이유다.
월급 명세서도 함께 확인하자. 연봉을 12로 나눈 금액과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은 다르다. 공제액이 있고, 회사마다 상여금 지급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협상 자리에서 월 실수령액만 이야기하면 상대가 제시한 연봉과 기준이 섞이기 쉽다.
희망 금액은 세 단계로 정하기
희망 연봉을 하나만 정하면 협상 중에 선택지가 좁아진다. 먼저 기분 좋게 수락할 금액, 조건에 따라 수락할 금액, 그 아래로는 어려운 금액을 각각 적어보자. 세 숫자는 생활비뿐 아니라 업무 범위, 출퇴근 시간, 이직에 따르는 부담까지 고려해서 정하면 된다.
현재 기본 연봉이 4,200만 원이고 희망 금액이 4,600만 원이라면 차이는 400만 원이다. 월평균으로 보면 세전 약 33만 원이다. 이렇게 바꿔 보면 금액이 내 생활에 얼마나 의미 있는지 판단하기 쉽다. 반대로 새 직장에서 출퇴근 시간이 하루 1시간 늘어난다면, 연봉 차이만 보고 결정하기는 아쉬울 수 있다.
금액을 정할 때는 주변 사람의 연봉을 그대로 목표로 삼기보다 직무와 경력을 맞춰 비교하는 게 낫다. 같은 직함이어도 맡는 일, 팀 규모, 근무 지역이 다르면 보상도 달라진다. 채용 공고에 보상 범위가 적혀 있다면 업무 내용까지 읽고, 내 경험과 겹치는 부분을 표시해두자.
금액을 말할 때는 근거를 짧게 붙이기
협상에서는 개인 사정보다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성과를 먼저 말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지난 1년 동안 맡은 일 가운데 숫자로 설명할 수 있는 사례를 두세 개 골라보자. 매출 증가만 성과는 아니다. 처리 시간을 줄였거나, 반복 문의를 줄였거나, 새 업무를 맡아 팀의 부담을 덜어낸 경험도 좋은 근거가 된다.
가령 고객 문의 답변 시간을 평균 2일에서 1일로 줄였다면, 무엇을 바꿨고 그 결과가 얼마나 이어졌는지 함께 설명한다. 숫자를 정확히 모른다면 억지로 만들 필요는 없다. 담당한 프로젝트의 범위와 내가 맡은 역할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막연한 자신감보다 설득력 있다.
말을 길게 준비할 필요도 없다. 현재 맡은 역할, 최근 성과, 희망 금액을 한 흐름으로 연결하면 된다. 예를 들어 지난해부터 신규 고객 대응을 전담했고 문의 처리 절차를 개선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연봉 4,600만 원을 희망한다고 말할 수 있다. 금액을 말한 뒤에는 상대가 어떤 기준으로 조정 가능한지 듣는 시간도 필요하다.
제안받은 금액은 조건까지 확인하기
희망 금액보다 낮은 제안을 받아도 곧바로 수락하거나 거절할 필요는 없다. 기본 연봉 외에 성과급 지급 기준, 고정 수당, 직책, 평가 시점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면 판단할 재료가 늘어난다. 특히 성과급은 예상 금액과 지급이 보장된 금액을 구분해야 한다.
- 제시한 금액이 기본 연봉인지, 성과급을 포함한 총액인지 확인한다.
- 성과급에 지급 조건이나 재직 요건이 있는지 묻는다.
- 입사 후 첫 연봉 평가가 언제인지 확인한다.
- 구두로 이야기한 조건은 계약 내용을 받을 때 다시 대조한다.
예를 들어 기본 연봉 4,400만 원에 예상 성과급 400만 원을 더한 제안과 기본 연봉 4,600만 원 제안은 같은 조건이 아니다.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해에도 유지되는 금액은 뒤쪽이 더 높다. 반면 업무 경험이나 근무 방식이 내게 더 잘 맞는다면 금액 차이를 감수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 좋은지는 결국 내가 중요하게 보는 조건에 달려 있다.
연봉 협상은 숫자를 크게 부르는 기술이라기보다, 내가 받는 돈과 맡을 일을 같은 기준에서 비교하는 과정에 가깝다. 기준을 미리 적어두면 제안 앞에서 덜 흔들리고, 수락하든 다시 협상하든 이유가 분명해진다.
